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 재개관기념전Ⅱ
조선시대의 궁중화ㆍ민화 걸작
'문자도(⽂⼦圖)ㆍ책거리(冊巨⾥)'
책거리의 방(The room)
- 욕망과 꿈이 살아있는 곳
정적이고 고요한 공간. 계절의 변화와 같은 시간의 흐름 외엔 어떠한 변화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공간인 한옥. 하지만 한옥이야말로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조상들의 희로애락을 지켜봐 온 목격자이며 셀 수 없는 이야깃거리를 품고 있는 공간이다. 작가는 프로젝션 맵핑을 통해 한옥의 창을 열고 그가 품고 있는 이야기 중 책거리의 방으로 관객을 초대한다.
빛으로 만들어 낸 책거리의 방은 누군가의 욕망 또는 꿈이 담겨있는 방이다. 격식과 품격을 갖춘 방부터 자유분방함이 넘치는 방까지 다양한 계층의 다양한 욕망이 한 공간에서 펼쳐진다. 특히 책을 좋아하는 소년의 방은 3D로 표현하여 360도로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이 방들은 모두 공통점이 있다. 저마다 방의 주인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상징하는 물건들로 가득차 있다는 것이다. 책을 사랑한 왕 정조의 방에는 책이 가득하며, 여인의 방에는 다산을 상징하는 석류, 포도 등이 있다. 어떤 방에는 장수, 성공, 부부 금슬을 상징하는 잉어, 금붕어, 나비, 호랑이 등 상서로운 동물들도 등장한다. 신분의 고하와 시대를 떠나서 더 나은 삶을 위한 꿈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은 모두 마찬가지인 것이다.
지금 당신의 방은 무엇으로 채워져 있는가.
다른 어느 나라, 시대도 아니고 조선에서 꽃을 피운 책거리 장르. 이 모든 것의 시작은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다. 호기심으로 시작하여 관심이 생기고 욕망과 꿈이 된다. 관객도 호기심을 가지고 수백 년의 시공간을 뛰어 넘어 눈 앞에 펼쳐진 책거리의 방을 즐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