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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열 교수 인터뷰

  • 작성자 : 아트다
  • 작성일 : 2018-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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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열 교수

정문열 교수는 미세한 물방울을 이용하여 무지개, 안개 등을 연상시키는 예술 작품을 만드는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서강대학교 교수입니다. 정 교수는 서울대학교와 카이스트에서 컴퓨터 과학으로 각각 학사,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University of Pennsylvania에서 컴퓨터 과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습니다. 2000년부터 서강대 영상대학원에서 예술과 과학 기술을 융합하는 실험을 통해 ‘포그 스크린’, ‘영원회귀’, ‘인공 무지개’와 같은 새로운 기술과 예술이 융합된 작품을 제작 및 연구하고 있습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는 원래 대학 때 컴퓨터 공학을 전공을 했고, 박사도 인공지능을 전공했습니다. 그러다가 2000년도 서강대 영상대학원에 조인하면서 예술과 과학 기술을 융합하는 실험을 18년간 하고 있습니다.

 

Q: 최근에 전시를 했던 영원 회귀 작품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A: 광주의 아시아 문화 전당 창제작 센터에서  의뢰를 받았어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물방울 조형 장치와 포그스크린 생성장치를 가지고 어떤 작품을 하나 만들어 보자는 의뢰였습니다. 고민을 하면서 제목을 영원회귀로  정했는데, 사실은 옛날부터 있었던 사상이에요. 최근에는 니체가 서구 철학에서 도입한 사상인데, 굳이 이야기하면 모든 생명체들이 생존하고 번성하고자 하는 욕망이 있고, 죽어도 후손을 통해서 계속 생을 이어간다는 즉 영원히 회귀한다는  그런 뜻입니다. 저는 인간도 그러한 살고자 하는 의지를 동물에게서 배웠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으로 작품을 구현을 했는데, 말하자면 하늘에서 사람모양을 가진 형태가 물 조형으로 떨어지고 사람모양을 가진 수많은 그래픽 오브젝트들이 바닥에 서로 집단운동을 하다가 하늘로 올라가서 다시 모여서 떨어지는. 그 순환운동을 살고자 하는 의지로 표현을 했습니다. 사람들이 관람객들이 앉아서, 어떤 사람은 삼십분씩 앉아서 있다 가는 사람이 있었어요. 만나서 물어봤어요. 어떤 생각으로 삼십분이나 앉아 있었는가. 그랬더니 단조롭지만 떨어지는 물소리도 좋고, 계속해서 순환되는 것이 좋아서 명상을 하면서 있었다. 치유가 되는 느낌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의도한 의도가 구현이 되었구나 생각을 하고 즐거웠습니다.

 

Q: 영원회귀 작품에 들어가 있는 기술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A: 물방울에 들어간 기술은 3D프린팅 기술과 비슷합니다. 3D프린팅이 이제 어떤 수평 슬라이스 들을 조합을 해서 3D형태를 만드는데, 저희도 이제 물방울 슬라이스를 생산해서 사람 눈으로 보이는 3D형태로 되게끔 하는 기술입니다. 그게 기계 장치기도 하고 전자 장치기도 하고, 컴퓨터 시스템에서 제어를 해야 하기 때문에 기계 전자 컴퓨터 시스템이죠.

 

Q: 그 기술을 통해 어떤 예술적 의미를 표현하고 싶으셨나요?

A: 작품은 작가의 역사가 드러나게 되어있는데, 저는 과학 기술을 이용해서 창작을 하고 싶은 욕망이 많은 사람입니다. 사람의 손이 최대한 개입하지 않고, 과학 기술만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그런 의미를 담고 싶었습니다.

 

Q: 서강 미디어랩에 대해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서강 미디어랩은 MIT 미디어랩과 목표를 같이 설정해서 이름을 이렇게 지었습니다. 주로 피지컬 미디움을 연구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고, 그걸 가지고 작품을 하는 두 가지 일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아시아 문화전당에서 만든 영혼회귀라는 작품도 제가 대표이긴 하지만 서강 미디어랩 작가 그룹이 만든 작품으로 되어 있습니다.

 

Q: 서강 미디어랩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대학원에 들어와서 저를 지도교수로 택하면 됩니다. 최근에 서강대학교가 지식융합미디어 학부라는 것을 만들었습니다. 아트 앤 테크놀로지 학과, 커뮤니케이션 학과, 영상대학원 이 세 개의 조직이 결합을 해서 거대 학부로 출범했습니다. 서강 미디어랩은 그쪽으로 이전을 해서 계속 유지가 됩니다.

 

Q: 교수, 연구자, 작가 등 다양한 직함을 가지고 계십니다. 그 중에서 어떤 것에 더 좋으신가요?

A: 저는 그런 모든 부분이 제 안에서 융합되어 잘 어울려지는 것이 좋습니다. 예전에는 따로 따로 공부해서 (그 부분들이) 이질적인 요소로 공존 했었는데, 제가 이런 작업을 하면서 그런 것들이 모두 하나로 융합되는 느낌을 받습니다. 학창시절에 억지로 공부한 것이긴 하지만 그 공부한 것이 참 잘했다는 생각 하면서 과거와 화해하는 경험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특별히 ‘어떤 부분이 좋다.’라기 보다는 그 모든 요소들이 제 안에 다 있어서 융합을 체험할 수 있는 점이 좋습니다. 

 

Q: 그동안 이공계, 과학위주의 공부를 하셨는데 예술에 관심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 이유가 있으신가요? 

A: 제가 초, 중, 고등학교 때까지 문과였습니다. 수필이나 시를 잘 쓴다고 칭찬도 받고. 기본적으로 문과 지향이었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대학을 이과로 진학했습니다. 공부를 하긴 하는데 소화 안 된 음식 먹은 것처럼 늘 불편한 면이 있어서 그런 점을 잘 못 참는 성질이라 어떻게 든 문과적인 성향과 내가 배운 이과 학문이 융합되게끔, 내 머릿속에서 두 개가 다른 것이 아니라 같은 것이라는 느낌이 올 때까지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이론적으로도 노력을 많이 했고, 실질적으로도 노력을 많이 해서 지금은 사실 문과학문과 이과학문이 다른 학문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사실 상 같은 학문인데, 지식의 정교함, 디테일이 조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문과학문은 크게 보고, 직관 적인 면이 있고, 이과 학문은 대상은 동일하지만 디테일하게 수학적이고 정교한 언어로 하는 것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전에 문과 성향의 학도였는데, 이과를 가면서 트레이닝을 억지로라도 양쪽 다 받은 거 같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두 가지가 잘 융합되는 행운을 안게 된 것 같습니다. 처음에 이과를 갔을 때는 싫었는데, 우울하고. 예를 들면 저는 굉장히 오랫동안 전공 책은 돈을 주고 사지 않았어요. 지금은 상당히 모든 이과 학문을 좋아합니다. 기계, 전자, 컴퓨터, 생물학, 물리학 할 것 없이.  전 그게 다 인간 정신 활동이라고 생각하고, 인간이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서 문과 학문 뿐 아니라, 이과 학문도. 인간이 한 거 아니에요. 기술 개발이든 과학 기술도 전부 인간이 만들어서 여기까지 온 것이기 때문에, 과학기술을 제외하고 나면 인간의 반이 사라지는 것이죠. 온전한 인간이 아닌 것이죠. 그런 점에서 저는 독특한 과거와 독특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교수님께 예술은 어떤 의미인가요?

A1 : 인간이 예를 들어서 생존하고 번성하고자 하는 욕망이 다 있잖아요, 모든 생물이. 그런 것처럼 인간이 지식에 대한 욕망도 있고, 창작하고자 하는 욕망도 있고. 인간한테 원래부터 있는 욕망인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욕망을 골고루 펼쳐야 인간이 행복할 수가 있는데, 이제 그런 것을 너무 억압하고 그런 것이 우리나라의 문제이기도 하죠. 저는 그냥 인간이 인간됨을 표현하는 하나의 행위이다. 전통적으로 많이 억압되어 있어서 예술가라고 말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전공의 사람들이 다 자기안에 있는 창작 본능을 길러서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Q : 앞으로의 목표는 어떻게 되시나요?

A2:저는 미디어아티스트 중에 예술적 아이디어와 과학기술을 수단으로 이용을 해서 창작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저는 그것도 중요하지만 모든 창작이 과학 기술 자체가 아름다울 수 있고 과학기술이 인간에게 의미를 줄 수 있다. 과학기술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과 의미를 창작을 통해서 보여주고자 하는 게 제가 창작을 하는 의미입니다. 

 

Q : 다음 작품은 예정이 되어 있나요?

A1 : 최근에 저희들이 포그 스크린을 개발을 했는데, 가로 길이 2.2m짜리 열 개를 개발을 했습니다. 이것이 허공에 홀로그램을 표현하는 데 아주 적합한 기술이어서, 포그 스크린 열 개를 잘 이용을 해서 환상적인 홀로그램 공간, 상호작용도 하고, 진지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Q :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신가요?

A1 : 보통사람들은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어떤 아이디어 어떤 상상력이 있으면 그것을 기술을 이용해서 구현한다.’ 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그것도 물론 당연히 저도 하고 있고, 의미 있는 일이지만, 저는 기술 자체가 얼마든지 아름답고, 기술 자체도 얼마든지 어떤 인간적인 의미가 숨어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람 잘 모르죠. 예술품이나 자연이나 이런 것은 보고 아름답다고 느끼지만, 과학이나 기술은 공부하는 것도 어려운데 그 안에 숨어있는 아름다움을 느끼기가 쉽지 않죠. 그렇지만 저는 있다고 봐요. 사람들이 잘 못 느끼니까 그것을 느낄 수 있도록, 과학기술을 이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과학기술 안에 숨어있는 아름다움, 의미를 드러내서 사람들이 ‘ 아 진짜 과학기술이 아름답고 의미가 있구나.’ 하고 느끼도록 하는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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